윤사라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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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3일 자로 디시뉴스에 올라왔던 여행스케치 전멤버이자 대한민국 탑 작사가 윤사라와의 인터뷰 내용을 발견해서 그 전문을 올려봅니다.
디시뉴스 인터뷰 전문
'여행스케치'의 여성 보컬로 시작해 현재는 작사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사라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스쳐간 곡들은 김범수의 '보고 싶다', J의 '어제처럼',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 양파의 '다 알아요', As one의 '원하고 원망하죠' 등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들이다.
한 때 김범수의 '보고 싶다' 노래에 푹 빠져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분위기 잡기 삼매경에 빠진 적이 있었다.
'보고 싶다'의 가사는 슬픈데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도대체 이런 가사 말은 누가 쓸까?'
라는 궁금증과 함께 분명 따뜻한 사람일 거라는 확신을 했다.
인터뷰 날이 다가오면서 나는 정말 그녀가 보고 싶었다.
아니,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녀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모았다.
- 인터뷰 오기 전에 제가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서 윤사라 씨 사진을 잠깐 보고 왔어요. 제가 본 사진에서는 인상이 많이 강해 보이시는데, 실제로 뵈니까 다르시네요.
윤사라 : 아 그래요? (웃음) 솔직히 제가 어제 머리를 잘랐는데 앞머리를 너무 짧게 잘랐나 봐요. 사진 밉게 나올까 봐 걱정이에요. (웃음)
- 아니에요. 예쁘세요. (웃음) 현재 작사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작사를 하게 되셨나요?
윤사라 : 원래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도 기존에 나와있던 가사를 바꾸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특히 노래에 관심이 많아서 노래 연습할 때 '이 가사를 이렇게 바꿔 불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도 모르게 노래 연습을 하면서 가사 쓰는 연습을 한 거죠.
데뷔하게 된 계기는 '여행스케치' 활동을 쭉 하다가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제가 한 소속사와 계약을 하게 됐어요.
그 회사에 저 말고도 많은 분이 녹음실을 사용하셨는데 몇몇 가수 분들이 노래에 가사가 없어서 당황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옆에서 좀 도와드렸는데, 주위 분들이 '가사 잘 쓰는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 아, 꾸준히 연습하셨네요.
잠깐 '여행스케치'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여행스케치' 활동을 시작으로 음악 활동을 하신 건가요?
어떤 계기로 '여행스케치' 멤버가 되셨나요?
윤사라 : 제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 과 선배가 '여행스케치' 멤버'였어요.
그 선배가 새로운 멤버를 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오디션 볼 생각 없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여행스케치'가 어떤 그룹인지 잘 몰랐어요. 어쨌든 오디션을 봐서 합격하고 '여행스케치' 활동을 하게 된 거죠.
- '여행스케치'와 솔로 앨범으로 가수 활동을 하셨는데, 원래 꿈이 가수셨나요?
윤사라 : 아주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엄마가 말씀해 주신 일화가 하나 있는데요.
제가 4살에 할머니 뵈러 시골에 갔을 때, 버스터미널에서 제가 없어졌대요.
어머니는 너무 놀라셔서 저를 찾아 헤매셨는데, 저쪽에 군인들이 모여서 손뼉을 치고 있더래요.
보니깐 제가 군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거죠.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얘를 가수를 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셨대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른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가수를 꿈꿔왔어요.
- 그런데 연극 영화과를 졸업하셨더라고요.
가수가 꿈이면 관련 과를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연극 영화과에 입학하셨죠?
윤사라 : 그때는 실용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과가 서울예전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서울예전에 들어가길 원했는데 부모님께서 '그래도 4년제를 졸업해야 하지 않겠니?' 하셔서 할 수 없이 제일 근접한 과를 선택하게 된 거죠.
또 다른 이유는 제가 고등학생 때 잠깐 연극을 했었어요.
그래서 연극 쪽에도 관심이 꽤 있었죠.
연극 공부를 하다가 가수 될 기회를 얻어서 활동하게 된 거고요.
- 부모님께서는 가수 활동 하시는 거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윤사라 : 네. 반대는 하지 않으셨어요.
-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셨는데, 연기라는 게 감성이 풍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작사 작업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윤사라 : 무엇보다 발성과 발음 연습 덕에 노래 부를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노래는 4분 연기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항상 감정이 넘치는 편이었어요.
연기를 할 때 자신이 너무 슬픔에 빠지면 관객들을 슬프게 할 수 없어요.
오버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숨도 잘 못 쉬고 발음도 좋지 않아요.
그래서 내 감정을 절제하고 남에게 슬픔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연기연습보다 저는 제 감정을 추스르는 연습을 중점으로 했었던 것 같아요.
- 윤사라 씨가 꽤 많은 곡을 작사하신 걸로 아는데 대략 몇 곡 정도 될까요?
윤사라 : 대략 200곡 정도 되는 것 같아요.
- 우와, 정말 많네요.
그 많은 곡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윤사라 : ……. 글쎄요.
정말 모든 곡에 애착이 있죠.
그런데 부끄러운 곡이 몇개 있어요.
- 부끄러운 곡이요?
윤사라 : 화가로 치자면 제 그림에 덧칠을 하는 느낌 같은 건데요.
제가 노래를 듣고 콘셉트를 잡아서 가사를 완성했는데 제작자나 가수가 원해서 수정을 봐야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런 수정이 너무 지나쳐서 제가 생각했던 느낌이 남아있지 않을 때 정말 속상하고 부끄럽죠.
- 윤사라 씨가 쓴 가사 중에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곡은 무엇인가요?
윤사라 : 김범수 씨의 '보고 싶다'죠.
김종국 씨의 '사랑스러워' 도 있고요.
- 특별한 사연을 가사로 쓴 적이 있나요?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윤사라 : 많아요.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데….
- 김종국 씨의 '편지' 가사와 관련해서 기사가 많이 났더라고요.
윤사라 : 네. 실제로 김종국 씨가 전화로 말씀해 주셔서 제가 그 내용을 가사에 담은 거예요.
- 언론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사연 있는 노래 가사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웃음)
윤사라 :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걸 가사로 쓸 때가 많아요.
주변의 사물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사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 디시뉴스에서 인터뷰했던 신인가수 임창규 씨 노래 '새 구두'를 제가 작사했는데요.
그 곡의 가사는 한 3년 전에 썼어요.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일이 잘 안돼서 목적지 없이 지하철에 몸을 싣고 곡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맞은편에 어떤 여자가 새 구두를 신고 있는 거예요.
그 여자분은 새 구두라 발이 불편한지 자꾸 구두를 벗더라고요.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발이 불편한지 계속 신발을 벗었어요.
그런데 그 여자 분 옆에 앉아계신 아저씨의 구두는 매우 낡았는데, 편하게 앉아 계시더라고요.
'저런 장면도 사랑에 비유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웃긴 게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웃음)
- 네? 진짜로 우셨다고요?
윤사라 : 네. 정말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어요.
'어떤 새로운 사람한테 가서 그 사람에게 길들고 하는 게 정말 새 구두를 신는 것과 같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깐 눈물이 나더라고요.
'정말 보기에는 예쁠지 몰라도 많이 아프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울었어요.
그래서 그 노래는 정말 저한테 의미 있는 곡이에요.
그런 생각들을 수첩에 쓰다가 제가 너무 우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거예요.
너무 창피해서 지하철에 내려 어떤 건물 계단에 앉아서 글을 썼어요.
- (웃음) 정말 감수성이 풍부하시군요.
함께 작업했던 가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윤사라 : 대부분 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 김종국 씨랑 작업을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김종국 씨 어떠세요?
윤사라 : 정말 깜짝 놀랐던 게 김종국 씨가 사람 눈을 못 쳐다보세요.
굉장히 수줍음이 많으시고 또 세심하시고요.
어떤 식이냐면 제가 어떤 사람에게 질문을 했어요.
그 사람이 못 듣고 답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저 뒤에 계시던 김종국 씨가 대신 대답을 해주세요.
주위 사람들을 다 챙기시는 거예요.
누가 혹시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도와주시죠.
하지만 정작 앞에 오셔서는 눈도 잘 못 마주치시죠.
수줍음이 참 많으세요.
아, 또 분위기를 위해 자신이 망가지는 타입? (웃음)
- 의외네요. (웃음) 윤사라 씨 가사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가 있다면?
윤사라 : 혹시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
- 윤사라 씨 가사가 담긴 노래 중에 김범수 씨의 '보고 싶다' 참 좋았어요.
윤사라 : 네. 범수 씨 정말 잘 소화하시죠.
작사가들은 가사가 잘 들리도록 노래 부르는 가수들이 좋죠.
어떤 가수분은 노래는 정말 잘하시는데 가사가 잘 안 들리는 분이 계세요.
그러면 솔직히 좀 속상하죠.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요.
- 그러면 가사 전달을 잘 하시는 가수분은 누가 있나요?
윤사라 : J 씨, 양파 씨요.
- 작업을 하면서 많은 연예인과 친분이 있을 것 같아요. 친한 연예인이 있다면?
윤사라 : 곡 작업을 하면서 연예인들과 친해진 경우는 거의 없고, 가수 김태영 씨 아세요?
- 네, '클론'과 '돌아와' 부르셨던 분이요.
윤사라 : 태영언니는 제가 힘들 때 많이 도와주셨어요.
가수로 만난 게 아니고 우연히 만났어요.
요즘에는 잘 만나지 못하는데, 친하게 지내요.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 있으세요?
윤사라 : 지금은 활동 안 하시는데 'ANN'이라는 가수가 있거든요?
그분이 앨범을 두 장 냈어요.
곡도 정말 잘 쓰시고 노래도 기가 막히게 잘하세요.
최근 윤미래 씨한테 곡을 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현재 계속 작곡 활동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윤사라 씨가 작사를 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가수에게 주기 싫을 때가 있었나요?
윤사라 : 아니오. 그런 일은 없어요.
처음부터 제가 부를 노래의 가사를 쓰는 게 아니라 특정 가수의 노래 가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 사람 거죠.
제가 욕심내기 시작하면 안 되죠. (웃음)
- 가사를 많이 쓰다 보면 '아, 이건 대박이다'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윤사라 : 저는 없어요.
다른 작사가들은 그런 느낌이 온대요.
그런데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가사가 좋아요. (웃음) 오히려 제가 '이건 좀 밋밋하지 않나?, 재미없진 않을까?' 하는 가사가 잘 되더라고요.
이 정도 작업하면 감이 와야 하는데, 저는 감이 없어요. (웃음)
- 곡을 미리 만들어 놓고 가수들에게 곡을 주나요?
아니면 특정 가수를 미리 알고 곡을 쓰나요?
윤사라 : 후자가 맞아요.
보통 작곡가가 특정 가수를 위해 곡을 쓰고, 저는 그 곡을 가지고 가사를 쓰는 거죠.
요즘에는 예전이랑 시스템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특정 가수를 위해 여러 곡을 쓰고 수정했지만 요즘 톱 가수들은 한 100여 곡을 받고 그중에서 추스른다고 하더라고요.
선택받지 못한 곡들은 버려질 수도 있고 다른 가수에게 갈 수도 있어요.
그 곡이 다른 가수한테 갈 때는 결국 그 가수를 위해 쓴 곡이 아닌 게 된 거죠.
- 그러면 원칙적으로 가수를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쓰는 게 맞는 거네요.
윤사라 : 그게 좋지 않을까요?
왜냐면 그 가수의 목소리, 성별, 나이 등을 생각해서 작업하면 아무래도 더 좋은 가사가 나올 것 같아요.
- 대부분 어떤 루트로 곡을 주시나요?
윤사라 : 3가지가 있어요.
가수가 원해서 주는 경우, 작곡가가 원해서 주는 경우 또 제작자가 원하는 경우.
- 윤사라 씨는 3가지 중 대부분 어떤 루트로 곡을 주시나요?
윤사라 : 저는 거의 작곡가와 작업을 해요.
친분이 있는 가수들 경우에는 직접 통해서 가사를 주기도 하죠.
초기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가수들이 직접 부탁할 때도 있어요.
- 윤사라 씨만의 작사법이 있다면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보고 생각나는 대로 작업을 많이 하시나요?
윤사라 : 네. 대부분 작사가들이 그럴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무 책을 펴서 그중의 한 단어로 이야기를 만드는 훈련을 했어요.
그 단어를 갖고 앞, 뒤 얘기를 만드는 거죠.
아주 짧은 소설처럼요.
곡 하나하나가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듯이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요즘도 그런 훈련을 하시나요?
윤사라 :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찍은 사진을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짤막하게 메모해 뒀다가 가사에 인용하기도 해요.
제 나름대로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요.
- 새로운 가사를 계속 써내야 하는 부담감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윤사라 : 스트레스는 기한 때문에 받는 것 같아요.
느낌이 오면 가사는 한 5분 안에 쓰거든요.
그런 느낌이 아무 때나 드는 게 아니잖아요.
기간은 정해져 있지, 느낌은 안 올 때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죠.
저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려면 제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사지만 내가 슬프고 느낌을 받았다면 분명히 듣는 사람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느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에요.
- 그러다 보면 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겠네요?
윤사라 : 네. 많아요. (웃음)
- 가장 최근에 작업하신 곡 좀 알려주세요.
윤사라 : 쩐의 전쟁 OST 타이틀 곡 'Simple life'의 가사를 썼어요.
아주 신나는 곡이에요.
- 애절하고 섬세한 가사 말로 유명하신데 그런 가사 말은 대부분 어디서 모티브를 얻나요?
윤사라 : 대부분은 곡으로부터 모티브를 받아요.
아직 가사가 없는 그 음악의 느낌을 받아서 가사를 쓰죠.
곡은 아직 가사가 없어도 멜로디 하나하나가 갖는 느낌이 분명히 있어요.
그 느낌을 찾으면 좋은 가사가 나오는 것 같아요.
- 소위 사랑도 많이 하고 이별도 많이 해봐야 좋은 가사 말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사라 : 네. 그런 것 같아요.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간접경험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직접 경험하고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죠.
예를 들어 옆에 있던 사람이 뜨거운 불에 손을 데었어요.
제가 그 불에 데어 본 적이 있다면 옆 사람이 어떤 고통을 갖고 있는 지도 알고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는 지도 알잖아요.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요.
- 쓴 가사 중에 윤사라 씨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있나요?
윤사라 : 네. 많죠.
곡마다 작은 부분이라도 조금씩은 다 제 얘기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가사도 있죠.
- 작사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윤사라 : 순발력? (웃음)
- (당황) 예? 어떤 이유에서죠? 저는 감수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윤사라 : (웃음) 장난이고요. 맞아요. 감수성도 중요해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사는 글이 아니고 말이에요. 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다'를 쓰면 정말 성의 없는 글이 되겠죠.
하지만 '보고 싶다'는 말이 멜로디와 합쳐지면 그 가사가 정말 좋게 들리잖아요.
가사는 소리, 말이라는 걸 이해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작사가 일도 하시고 가수 활동도 하셨었는데, 어떤 일에 더 애착이 가세요?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라는 질문과 똑같은가요? (웃음)
윤사라 : 네. 둘 다 저의 일부분이죠.
보람은 작사 일을 했을 때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분들과 곡 작업을 해야 하니깐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해요.
- 다시 음반을 낼 계획은 없으신가요?
윤사라 : 네. 없어요. 사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꾹꾹 누르고 있죠. (웃음)
- 왜요?
윤사라 : 1집 활동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여행스케치'로 활동해서 여럿이 다니다가 혼자 활동하게 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또 가수가 노래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앨범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지쳐 있었어요.
더군다나 홍보도 잘 안 되고, 제가 노력한 만큼 보람되지 않아서 제 나름대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다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노래하는 건 너무 좋아요.
- 혹시 노래 말고도 오락 프로그램이나 방송에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힘드셨나요?
윤사라 : 오락 프로그램에는 나가지 않았어요.
(웃음) 그런데 방송이라는 게 방송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두루두루 잘 지내야 좋은 건데 제가 그걸 잘 못했어요.
그 당시에는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고요.
활동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처도 많이 받고 본의 아니게 이상한 소문도 도는데, 그런 일에 대해 대범하지 못했어요.
가수 활동은 실력뿐 아니라 운도 많이 중요해요.
저는 제가 가수로는 운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한 우물만 파자'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사가 일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이것만(작사) 열심히 해도 1등 되기 힘들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그러면 가수 활동하실 때가 가장 힘드셨겠네요.
윤사라 : 아니오. 그때보다는 음반 준비할 때가 더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준비가 너무 더뎠거든요.
음반 준비만 3년 걸렸는데 그 와중에 프로듀서도 3번 정도 바뀌고 회사 문제도 생기고, 여러 가지로 좋지 않았어요.
- 영화 '각설탕' OST에서 '제비꽃'을 부르셨는데 작사 일을 하시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게 되신 거잖아요.
어떤 계기로 OST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윤사라 : 영화 속에서 제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으실 거예요.
임수정 씨가 부르시죠.
저는 OST 앨범에만 삽입됐어요.
저는 솔직히 녹음실에 놀러 갔다가 감독님께서 '한 번 불러봐라' 해서 부른 게 음반에까지 들어가게 된 거예요. (웃음)
- 기사에서 보니까 5년 만에 마이크를 드셨다고 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가 참 새로웠을 것 같아요.
윤사라 : 저는 녹음실에 들어가서 헤드폰 끼고 녹음하는 게 너무 좋아요. 재밌었어요.
- '각설탕' 보셨어요?
저는 영화 보고 잘 울지 않는데, 정말 펑펑 울었어요.
말이 너무 불쌍해서….
윤사라 : 영화 개봉하기 전에 봤어요.
말이 죽어가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나이 먹으면 눈물이 정말 많아져요.
서글퍼지는 건가? (웃음)
- 감수성이 예민하신 거죠.
(웃음) 결혼 계획은 없으세요?
윤사라 : 저는 음악과 결혼했어요.
(웃음) 장난이고요.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해야죠.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 주세요.
윤사라 : 드라마 작가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그런데 정말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천천히 준비해서 할 생각이에요.
제가 나중에 해보고 싶은 건 시나리오 쓰는 거랑 아주 보람 있는 앨범을 만드는 일이에요.
- 아주 보람있는 앨범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윤사라 : 대중가요 말고 CCM 앨범이요.
CCM이라고 해서 거리감 느껴지는 음악이 아닌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기자가 던지는 질문에 똘망 똘망한 눈망울을 좌, 우로 움직이며 깊이 생각하고 답을 한다.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질문에 '질문지를 먼저 주셨으면 제가 많이 준비해 오는 건데요'라며 미안한 듯 미소 짓는 그녀를 보니 그녀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인터뷰 내용 중 임창규의 '새 구두'에 얽힌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새 구두'를 다시 들어봤다.
지하철 안에서 엉엉 울고 있었을 그녀를 떠올리니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사진 기자로부터 그녀의 사진을 건네받았다.
사진 속의 그녀도 내 입가에 번진 미소와 같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미소도 옮는 걸까?
그녀의 따뜻한 미소만큼이나 따뜻한 노래들이 속속 나올 거라 생각하니 행복해진다.
[출처] 작사가 윤사라 인터뷰 2008.8.26 작성자 youseok0(네이버 블로그 THE IMPRESSION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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