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관련 최신 연구 동향 / 더 이상 '특별한 약이 없는' 불치병이 아님
탈모란?
감기처럼 흔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이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와 자신감 상실을 안겨주는 탈모.
'한 번 시작되면 막기 어렵다', '특별한 약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던 탈모 치료 분야에서 최근 유의미한 과학적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 탈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탈모의 복잡한 원인부터 현재 치료제의 작용 기전, 그리고 미래의 탈모 치료를 이끌 유망한 연구 동향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탈모, 왜 생기는 걸까요?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을 넘어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주요 탈모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안드로젠성 탈모
-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안드로젠)의 영향으로 발생하며, 남성 탈모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 안드로젠성 탈모는 테스토스테론이 다이하이드로테스토테론(DHT)으로 변환되면서 모낭이 위축되는 것이 핵심 기전입니다.
• 휴지기 탈모
- 모발 성장 주기의 균형이 깨져 휴지기 상태의 모발이 많아지면서 발생합니다.
- 극심한 스트레스, 출산, 영양 부족, 갑상선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원형 탈모증
-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하여 발생합니다.
- 크고 작은 원형의 탈모반이 특징입니다.
• 약물 유발성 탈모
- 특정 약물(항암제, 고혈압약 등) 복용의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흉터 탈모
- 두피에 염증이나 외상 등으로 인해 모낭 자체가 파괴되고 그 자리에 흉터 조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비가역적 탈모입니다.
이처럼 탈모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만능 치료제'로 모든 탈모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안드로젠성 탈모와 모발 성장 자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은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탈모 치료제 - 관리와 지연에 집중
현재 널리 사용되는 탈모 치료제는 주로 두 가지 기전으로 탈모에 접근합니다.
1) DHT 생성 억제제(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 작용 기전
- 안드로젠성 탈모의 주범인 DHT가 생성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 이 효소 자리에 대신 결합하여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 방식입니다.
• 탈모 치료 제품
-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 원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모발 성장 효과가 발견되어 탈모 치료제로 사용이 확장되었습니다.
• 제품의 한계
- DHT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됩니다.
- 즉, 탈모를 '치료'한다기보다는 '관리'하고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가깝습니다.
2) 모발 성장 촉진제(미녹시딜)
• 작용 기전
- 직접적으로 DHT를 억제하지는 않습니다.
- 모낭 주변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모낭으로 가는 산소와 영양 공급을 원활하게 만듭니다.
- 또한 모발의 성장기(자라나는 시기)를 연장하고 휴지기(쉬는 시기)를 단축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 일부 염증 완화 효과도 있습니다.
• 탈모 치료 제품
- 바르는 제형의 미녹시딜 제품이 흔하며, 간혹 경구용으로도 처방됩니다.
• 제품의 한계
- 모낭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성장을 '촉진'하는 방식입니다.
- 모든 유형의 탈모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며, 이 역시 지속적인 사용이 필요합니다.
연구중인 탈모 치료 - '잠자는 모낭'을 깨우는 혁신
현재 과학계는 탈모가 진행된 부위의 모낭이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라 '휴면(sleeping)'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래 탈모 치료의 핵심은 바로 이 잠들어버린 모낭 줄기세포를 다시 활성화시켜 정상적인 모발 성장 주기를 재개시키는 것입니다.
1) 모낭 재생 연구의 새로운 타깃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 기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젖산'이 모낭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모낭 세포는 다른 피부 세포보다 해당 과정(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와 젖산을 만드는 과정)이 활발하며, 여기서 생성된 젖산이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로 피루부산(해당 과정 산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면 젖산 생성이 늘어나는데, 이를 통해 휴면 모낭을 깨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습니다.
2) 미토콘드리아 피루부산 운반체(MPC) 억제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내로 피루부산을 운반하는 단백질인 MPC를 억제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부상했습니다.
MPC의 작용을 막아 세포 내 젖산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휴면 상태의 모낭 줄기세포를 깨워 모발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유망 후보 물질 및 임상 시험 동향
1) UK5099
UK5099는 미토콘드리아 피루부산 운반체(MPC)를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물질은 탈모 치료제 자체로 개발되었다기보다는,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 연구에서 '연구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MPC를 억제했을 때 모낭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사용됩니다.
특히, 모낭 줄기세포의 대사 활동과 젖산 생성이 모발 성장에 중요하다는 연구(예: Maksim Plikus 연구팀의 2017년 논문 등)에서 UK5099가 MPC 억제제로 사용되어 젖산 증가와 모낭 활성화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UK5099 자체에 대한 임상 연구보다는, 이 물질을 통해 얻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MPC 억제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 논문을 PubMed 등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UK5099 hair follicle'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일부 논문에서는 UK5099의 구조를 변형하여 활성을 높인 새로운 화합물(예: JXL 시리즈 등)에 대한 연구 결과도 보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인간 모낭에 UK5099 적용 시 대사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어, 후보 물질 개발 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2) RCGD423
RCGD423 역시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화합물 중 하나입니다.
이 물질은 MPC 억제와 더불어 JAK/STAT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젖산 생산을 늘리고 모낭 줄기세포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과 관련하여 연구되었습니다. (UCLA 연구팀 등)
UK5099와 유사하게, RCGD423도 학술 연구 논문에서 그 효과와 기전을 다루고 있으며, 주로 전임상 단계의 연구 결과가 보고됩니다.
줄기세포 연구나 특정 신호 경로 연구와 관련하여 'RCGD423 hair growth' 등의 키워드로 학술 검색 시 관련 논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3) 펠라지 파마슈티컬스(Pelage Pharmaceuticals)의 PP405
MPC 억제를 통해 휴면 모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임상 단계 후보 물질입니다.
최근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함께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 지표(KI67) 증가 등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남성과 여성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2025년 중 결과 발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PP405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바르거나 먹는 형태의 약물로 탈모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그 외 연구 동향
MPC 억제 외에도 WNT 신호 경로 조절, 특정 성장 인자 활용, 엑소좀 치료, 모낭 줄기세포 이식 기술 개선 등 다양한 각도에서 모낭 재생을 위한 연구와 임상 시험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탈모 치료, 완치를 향한 기대감
현재의 탈모 치료는 불편함을 관리하고 진행을 늦추는 데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모낭을 직접적으로 깨우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연구는 탈모를 '관리 대상'이 아닌 '극복 가능한 질병'의 영역으로 옮겨놓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임상 2상, 3상 등 남은 개발 단계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최종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모낭 재생 메커니즘이 점차 밝혀지고 이를 타깃 하는 신약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 탈모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개인의 탈모 원인과 상태에 맞춰 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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