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을 알아보자 / 단순한 휴일 넘어선 '우리들의 푸른 세상' /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 어린이날
매년 5월 5일, 달력의 빨간 글씨는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바로 미래의 희망이자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을 위한 날, 어린이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월 5일이라는 날짜 뒤에 숨겨진 깊은 의미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화해 온 그 역사,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날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들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단순히 쉬고 즐기는 날을 넘어선 어린이날의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어른의 축소판' 어린이
어린이날이 처음 제정되기 전,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애기', '애새끼', '어린것' 등으로 불리며 존중받기보다는 어른의 소유물이나 단순한 노동력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는커녕 아주 어린 나이부터 고된 농사일이나 공장 노동에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른의 축소판'일 뿐,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나선 선구자가 바로 소파 방정환 선생입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 어린이날의 탄생 배경
1920년대,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어린이'라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호칭을 새로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옛말 '어린'에 존칭 접미사 '-이'를 붙여 '어린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로 만든 것이죠.
이는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아이들을 보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방정환 선생과 뜻을 같이한 김기전, 이정호 등은 1921년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하여 본격적인 소년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들은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미래의 주역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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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에서 5월 5일로, 수난과 부활의 역사
1922년, 소년운동 단체들은 '새싹이 돋아나는'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선포했습니다.
이 날은 당시 세계 노동절이자 유럽 여러 나라의 '소년의 날'과도 겹치는 날이었습니다.
1923년에는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색동회가 창립되고 한국 최초의 아동잡지 《어린이》가 창간되는 등 어린이 운동이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첫 어린이날 행사는 천도교당에서 성대하게 열렸고,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 등의 표어와 함께, 아이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전단지가 배포되었습니다.
특히,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고된 일을) 부리지 말자"는 세 가지 구호는 당시 아이들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바람을 담고 있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때맞춰 이발·목욕 시키기', '충분한 잠과 운동 보장하기', '산보와 소풍 시켜주기' 등 아이들의 기본적인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들이 있었습니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과 겹쳐 행사에 제약이 생기자, 1927년부터는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 운동이 민족의식을 고취할 것을 우려한 일제는 《어린이》 잡지를 폐간시키고 소년 단체 해산 명령을 내리는 등 탄압을 강화했습니다.
결국 어린이날 행사는 1939년부터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광복 후 1946년, 어린이날은 다시 부활했습니다.
해방 후 첫 5월 첫째 일요일이 공교롭게도 5월 5일이었는데, 이후부터는 날짜가 바뀌는 불편을 막기 위해 요일에 상관없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최종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동 곤욕의 날'부터 국가적 기념일까지
광복 이후 어린이날은 점차 국가적 기념일로 발전했지만, 초기에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1950년대에는 정부 주도 행사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땡볕 아래 합동 체조나 무용 등 대규모 매스게임에 동원되어 '어린이 곤욕의 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즐거움보다 어른들의 전시 행정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죠.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은 이를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어린이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1957년에는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포되어 아동의 기본 권리를 명시했습니다.
1961년 아동복지법에 5월 5일이 어린이날로 명시되면서 법적인 지위도 확고해졌습니다.
1970년에는 공휴일로 지정되어 관공서가 쉬게 되었고, 마침내 1975년 법정 공휴일로 확정되면서 전 국민이 함께 기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대체휴일제 적용으로 주말과 겹쳐도 쉬게 되어 실질적인 휴일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1981년부터는 청와대(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직접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행사도 매년 열리며 상징성을 더했습니다.
오늘날의 어린이날 풍경 - 북적이는 도심과 한산한 시골
오늘날 어린이날의 가장 대표적인 풍경은 바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입니다.
전국의 놀이공원, 동물원, 박물관, 과학관, 영화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는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서울의 롯데월드와 키자니아(잠실역), 어린이대공원(어린이대공원역, 아차산역),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대공원역), 용인의 에버랜드(전대·에버랜드역), 춘천의 레고랜드(춘천역), 부산의 롯데월드(오시리아역) 등 주요 위락시설 주변 역들은 하루 종일 북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속버스터미널과 기차역도 명절 못지않게 붐비며, 특히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어린이날이 끼면 연휴를 맞아 전국으로 이동하는 가족들로 대혼잡을 이룹니다.
버스 업계에서는 추석, 설과 더불어 어린이날 연휴를 3대 특송 기간으로 취급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피해 오히려 조용한 곳을 찾는 '대국민 눈치게임'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만큼, 도시의 어린이날은 활기차고 북적입니다.
어린이날 선물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장난감, 게임기, 디지털 기기, 교육용 완구, 캐릭터 상품 등이 불티나게 팔리며 관련 산업의 대목이 됩니다.
최근에는 물질적 선물 외에 뮤지컬, 전시 관람 등 경험을 선물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식 업계에서도 어린이날 특선 메뉴를 선보이며 가족 단위 손님을 맞습니다.
스포츠계에서도 어린이날은 최고의 흥행 카드입니다.
프로야구(KBO)에서는 매년 5월 5일에 열리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라이벌전은 어린이날 명물로 자리 잡았으며, 항상 매진을 기록합니다.
두 팀 모두에게 어린이날 경기는 단순한 1승 이상, 자존심과 승리가 걸린 '전쟁'과 같습니다.
다른 구단들도 격년으로 홈경기를 개최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프로축구(K리그)에서도 수원-서울의 슈퍼매치,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 등 인기 있는 더비 매치를 편성하여 팬들의 발길을 이끕니다.
다만 2023년과 2024년에는 어린이날 우천 취소가 속출하며(2024년은 KBO 역사상 최초로 전 경기 우천 취소) 어린이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어린이날의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치열한 학업 경쟁 속에서 일부 아이들은 어린이날에도 학원 수업에 참여하거나 과중한 학습 부담에 시달립니다.
부모님들로부터 "다 큰 녀석이 무슨 어린이날이냐"는 말을 듣거나, 혹은 '급식충', '잼민이'와 같은 인터넷 신조어로 희화화되는 등,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이 외쳤던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달라'는 외침이 여전히 완벽하게 지켜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어린이 인구 감소로 인해 어린이날 행사나 아이들을 위한 시설 자체가 부족하여 도시로 '원정'을 가야 하는 등, 지역 간 격차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시골처럼 어린이날이 한산한 풍경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어린이날, 아이들만의 날인가요? - '어른이날'과 '개린이날'
최근 수년 새, 어린이날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어린이'와 '어른'을 합친 '어른이'라 칭하며 어린이날을 기념하거나, 유년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키덜트(Kidult) 문화가 확산되면서 성인들이 어린이날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또한, 저출산 시대에 아이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늘면서 강아지를 위한 '개린이날', 고양이를 위한 '냥린이날'(묘린이날) 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어린이날에 반려동물에게 특별식을 주거나 장난감을 사주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어린이날의 원래 취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과 휴일을 맞아 소중한 존재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세계는 어떻게 어린이날을 기념할까?
어린이날은 우리나라만의 기념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기념하는 날짜와 방식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날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Universal Children's Day)'인 11월 20일입니다.
또한, 1925년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서 처음 논의되어 주로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국가들에서 기념했던 '국제 어린이날'은 6월 1일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5월 5일, 멕시코는 4월 30일, 태국은 1월 둘째 주 토요일 등 다양한 날에 아이들을 기립니다.
파라과이의 어린이날(8월 25일)은 전쟁 중 어린 병사들이 희생된 슬픈 역사에서 유래하는 등, 각국의 역사와 문화가 어린이날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100년의 시간을 넘어,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린이날은 1922년 '어린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의 인권을 외쳤던 소년운동가들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공휴일로 지정된 어린이날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어린이날은 아이들에게 선물과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는 행복한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행복하게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어른이날'이나 '개린이날'로 소비되기보다는, 어린이날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푸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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